<The Wooran People> 큐레이터 박경린의 share the world, 그 반짝이는 프리즘





지적이면서 동시에 카리스마 넘치는 멋있는 큐레이터, 이것이 그녀를 만나기 전 머릿속으로 그려본 그녀의 이미지였다. 하지만 실제로 만난 큐레이터 박경린은 그저 ‘멋있다’로 퉁 치기엔 아까울 매력을 가지고 있었다. 바로 세상에 관심이 많고, 그에 대해 이야기하길 좋아하며, 좋은 게 있으면 혼자서 아껴두기보다는 더 많은 사람과 공유하고 싶어 하는, 친근하면서도 열정적인 매력. 그리고 그 매력을 배가시키는 것은 큐레이터 박경린만의 필터, 즉 그녀가 세상을 바라보고, 공유하는 시선과 방식이다. 그녀의 전시를 경험한 많은 사람이 그 반짝이는 프리즘을 통해 투영되는 세상의 모습을 좋아한다. 마치 한 권의 책 같다나. 책보다 더 재밌게 미지의 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신명 나게 펼쳐놓는 그녀의 전시가 궁금하다면, 지금부터 큐레이터 박경린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먼저 귀 기울여보자.



함께 즐겁고 행복하게
미술을 전공하고, 전시 기획자가 됐지만, 그녀가 전시하는 분야는 미술에 국한되지 않는다. 국내외 미술 작가들이 뮤지션 지드래곤이라는 인물을 해석해 선보인 신작들을 만날 수 있었던 <피스마이너스원: 무대를 넘어서>부터 국립해양조사원의 해저지명에 관한 <바다, 우리말 이름을 얻다(공동 큐레이터: 조주리)> 전시까지, 그녀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면 장르는 상관없다. 처음 접하는 낯선 분야라 할지라도, 일단 시작하면 새로운 세상으로 씩씩하게 걸어 들어간다. 큐레이터 박경린에게 새로운 세상은 두려움이 아닌 즐거움이다. ‘이 일이 아니었다면 경험하지 못했을 일’에 대한 흥분과 호기심으로 하나씩 알아가는 것이다. 최초의 꿈은 소설가였지만 없는 걸 만들어내는 것보다 있는 걸 재미있게 풀어내는 데 더 재능이 있다는 걸 일찌감치 깨달은 후, 그녀에게 전시는 자신이 재미있게 풀어놓은 걸 사람들과 함께 공유하고, 교감하는 소통의 창구가 됐다. 세상엔 참 재밌는 이야기가 많은데, 이 좋은 걸 혼자만 알면 뭐하나 싶은 거다.


그리고 그 순간은 늘 짜릿하다. 전시회에 온 사람들이 내가 재밌게 생각하고, 알아주길 바라는 부분을 찰떡같이 알아채고 함께 즐거워해 줄때, 즐거움을 넘어서 감동을 느낄 때 행복한 전율이 그녀를 뒤덮는다. 물론 과정은 고되다. 도록에 실리는 글을 쓰는 일부터 전시장 작품 설치를 총괄하는 등 몸 쓰는 일까지 전천후다. 때론 전시 관련한 예산을 처리하는 방법까지 알려줘야 할 때가 있다. 하지만 이 일을 하며 몰랐던 세계를 알아가고, 하고 싶은 일을 하며 행복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만난다. 그래서 이 일이 그녀는 참 뿌듯하고 자랑스럽다.



진심이 투영된 특별한 전시

함께 즐겁고 행복하고 싶은 큐레이터 박경린의 전시, 그 의도가 사람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될 수 있는 이유는 하나다. 그녀가 보여주고 싶은 것이 바로 ‘진심’이기 때문이다. 그 예로, 보기만 해도 머리 아픈 데이터 수치를 자료라고 잔뜩 보내줬던 국립해양박물관 전시는 시작부터 난항이었다. 이미지는 없냐고 물어보자 이번엔 웬 등고선 이미지가 잔뜩 왔다. 안 되겠다 싶어 부산에 직접 내려가 국립해양조사원 건물을 1층부터 4층까지 모두 뒤졌다. 그러자 어렵게만 느껴졌던 국립해양조사원의 세계를 더 가까이서 들여다볼 수 있었다. 국립해양조사원은 독도 등의 해저지명을 짓고, 관리하며, 지키는 곳으로 눈물겨운 희생과 노력 없이는 해낼 수 없는 일들을 하고 있었다. 그 노력을 알리고 싶다는 그녀의 생각은 고스란히 전시로 이어졌다.



이번에 그녀가 우란문화재단과 함께 작업한 우란초대전 <움직임을 만드는 방법: 움직임을 만드는 사물>도 마찬가지다. 이 전시는 작년에 그녀가 런던과 홍콩에서 순회한 <움직임을 만드는 사물: 한국 현대공예의 새로운 접근> 전을 공예작가에 조금 더 초점을 맞춰 다시 기획한 전시다. 공예품이 보기엔 간단해 보일지 몰라도, 작품 하나를 만들기 위해 들이는 노력과 시간, 공정은 상상을 초월한다. 큐레이터 박경린은 관람객들에게 이 과정의 가치를 알리고 싶었다. 언제나 늘 그랬다. 전시를 위해 적어도 한번은 작가들의 작업실을 방문해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그러다 보면 그들의 작품을 조금이라도 더 ‘잘’ 보여주고 싶다는 욕심이 생겨난다. 하나도 허투루 넘어가지 않고 더 열심히 공들이게 되는 것이다.



또 다른 세상 속으로
이렇게 한 번의 전시에 온 에너지를 쏟고 나면, 그녀는 조금 쓸쓸해진다. 그래서 텅 비어버린 에너지를 채우기 위해 혼자만의 시간을 가진다. 하지만 천성이 어디 갈까. 심심하면 전시기획안을 만든다는 그녀는 오래지 않아 다시 사람을 만나고, 또 다른 전시를 준비할 것이다. 주로 고되지만, 가끔 행복한 어떤 순간들을 위해 다시 달리는 것이다. 전시의 포스터가 나오고, 전시를 오픈하고, 도록을 완성하는 순간들, 누군가의 이야기에 진심으로 감명받고, 그 이야기를 전시로 풀어내고 싶어 안달하는 그 순간들을 사랑하기에 그 과정은 계속 반복될 것이다. 그렇게 그녀가 준비한 전시를 우리 또한 진심으로 바라본다면, 보일 것이다. 큐레이터 박경린의 시선으로 만나는 아름다운 세상, 그 즐거운 이야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