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ooran People>  작곡가 최종윤의 spotlight, 그 황홀한 무대





첫 인사에서 그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을 건넸다. 말을 잘하는 편이 아니라고. 그래서 우리가 좀 더 편안하게 대화할 수 있도록 메모하던 펜을 내려놓고 이야기를 시작했는데 웬걸, 능수능란했다. 작곡가 최종윤의 이야기는 듣는 사람이 집중하게 하는 힘이 있었다. 아마도 그것은 40대의 성공한 뮤지컬 작곡가이자 교단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교수님의 연륜이고 경륜이었을 것이다. 인생을 경험해 본 어른만이 가질 수 있는. 하지만 그의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피터팬이 떠올랐다. 그가 20대에 처음 봤던 뮤지컬 무대에 자신이 받았던 감동을 설명하는 대목에선 진솔함이 느껴졌고, 그 감동에 대한 흥분감이 지금까지도 그를 사로잡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렇다. 40대의 피터팬, 작곡가 최종윤이 찾은 자신만의 네버랜드는 바로 뮤지컬 무대다. 무대를 비추는 조명 아래 펼쳐지는 새로운 세상에 그는 사로잡혔고, 감동받았으며, 그 감동을 양분삼아 다시 또 새로운 세계를 열고 있다. 그리고 지금, 언제까지나 계속될 그 무대에 가장 빛나는 조명이 되기 위해 쉬지 않고 꿈을 꾸는 그의 이야기를 전한다.



네버랜드로 가는 길

그건 우연이었을까. 아니면 정해진 운명이었을까. 우연이든 운명이든 작곡가 최종윤은 그 순간들을 잊을 수가 없다. 첫 번째 순간. 90년대 초반, 클래식 작곡을 전공하던 그가 이제는 사라진 어느 작은 극장에서 <레미제라블> 뮤지컬 공연을 봤던 날. 클래식 음악만 하던 그에게 음악이 새로운 언어로도 쓰일 수 있다는 것은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건 그저 단순한 대사도, 노래도 아니었으며, 그렇다고 둘을 섞었다기엔 너무도 대단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 무대 위에서 제3의 언어가 되어 스토리를 끌어가고, 인물의 감정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음악, 여기에 강렬한 조명과 배우들의 움직임이 더해지자 작곡가 최종윤은 그 무대에 온통 마음을 빼앗겼다. 그리고 두 번째 순간. 어학연수로 뮤지컬의 본거지인 브로드웨이로 떠났던 그가 만난 건 화려한 조명과 헬리콥터가 드나드는 엄청난 스케일의 뮤지컬 <미스 사이공>이었다. 웅장한 넘버들과 숨 막히는 스토리에 시간가는 줄도 몰랐던 그 공연 후, 최종윤은 마침내 결정했다. 저 멋진 무대와 함께 하기로.



<셜록홈즈>로 데뷔한 후, <서울의 달>과 <곤 투모로우>까지. 숨 가쁘게 달려온 나날들을 뒤돌아본다. 지금 그는 믿고 보는 뮤지컬 작곡가가 되었다. 음악적인 부분에만 매료되었다면 걸을 수 없는 길이다. 뮤지컬이라는 장르 전체가 아우르는 놀라운 스토리텔링과 퍼포먼스가 주는 감동에 자신의 음악이 중요하게 쓰였으면 좋겠다는 꿈을 꾸었을 뿐이다. 이렇듯 작곡가 최종윤은 뼛속까지 무대가 체질인 사람이다. 음악뿐만 아니라 여러 분야의 예술이 모여 더 큰 종합예술을 한다는 것에 여전히 사그라들지 않는 흥분을 느낀다. 또한, 그렇기에 자신의 음악에 더욱 더 심혈을 기울인다.


꿈꾸는 피터팬의 노래
처음엔 <미스 사이공>처럼 큰 무대에서 하는 멋진 뮤지컬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뮤지컬 음악을 만들면 만들수록 대작은 무대의 크기, 화려함과 크게 관계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보다는 단어 하나하나를 고르고 또 고르는 과정, 알맞은 멜로디와 화음을 선택하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인물의 테마를 듣는 순간, 음악 자체가 곧 그 인물일 수 있도록, 어떤 사람이고 어떤 감정을 지녔는지를 알 수 있도록 정확하게 표현하는 것에 더 집중하는 것이다. 이런 작업은 늘 어렵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잘하고 싶다. 자신이 얼마나 잘하는지, 그동안 무엇을 이루어왔는지는 관심 없다. 더 잘하고 싶은 것, 그래서 노력해야 하는 것이 그에겐 언제나 더 중요한 문제다.



그런 의미에서 우란문화재단과의 다양한 작업은 작곡가 최종윤에게 잊지 못할 또 다른 순간들로 남았다. 그 중에서도 처음으로 자신의 이름을 맨 앞에 걸고 진행했던 ‘시야 콘서트-작곡가들’은 종합예술이라는 뮤지컬의 특성상 작곡가로 무대 뒤에 물러서 있어야 했던 최종윤을 무대의 주인공으로 만들어주었다. 그가 작곡한 곡들로 구성된 콘서트가 진행되는 내내 덜덜 떨리는 긴장감을 느껴야했지만, 자신이 가진 음악이라는 언어로 인물과 스토리를 정확하게 표현해야 한다는 책임감 또한 다시 한 번 되새길 수 있었다. 무대의 주인공이 된다는 것은 그런 것이었다. 왜 잘해야 하는지, 왜 더 노력해야하는지 잊지 말자고 다짐하게 되는 것. 그렇기에 그의 꿈은 그 자신에게서 잊혀지지 않은 채 현재진행 중인 것이다. 



영원히 늙지 않는 꿈, 무대  
작곡가 최종윤은 자신의 음악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비추어 무대 위의 모든 캐릭터,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초라한 인생의 이야기까지도 잊혀지지 않고 주목받을 수 있게 한다. 그런 그에게 물었다. 당신을 표현하는 테마, 단 한곡의 넘버는 어떤 곡일 것 같냐고. 그는 주저없이 대답한다. 관객을 웃게 할 수 있는 코메디 곡이였으면 좋겠다고. 심각하지 않고, 가볍게 즐길 수 있지만, 곡이 끝나갈 때쯤 한번 정도의 감정적 울림이 있는 곡. 관객을 위한 즐거움을 선사함과 동시에 음악의 이야기를 통해 하고 싶은 말은 전달할 수 있는 바로 그런 곡. 작곡가 최종윤이 자신만의 음악적 언어를 찾아나가는 길은 여전히 끝이 없지만, 끝이 없어서 더 즐거워 보이는 건 왜일까. 닳고 닳지 않기 위해 해외의 다양한 공연을 챙겨보는 것은 물론, 늘 자신의 방법과 시선을 점검한다는 그가 언제까지나 이 끝없는 길을 걷길 바란다. 늙지 않는 꿈이 있는 한 그가 향한 무대의 특별함은 계속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