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가 내일에게
무료 관람
[전시 소개]
2024년 개관 10주년을 맞이한 우란문화재단은 올해의 마지막 전시로 유휴공간을 활용한 소장품 전시《어제가 내일에게(Dear Tomorrow)》를 개최한다. 처음으로 선보이는 유휴공간 전시는 그동안 우란1경 산, 수에서 선보였던 정형화된 화이트 큐브 전시 형태에서 벗어나 전시규모 확장을 모색하는 동시에, 로비에 들어선 모든 방문객에게 전시장이 아닌 장소에서 다양한 예술품을 경험하게 하는 시도이다. 이번 전시는 재단이 그동안 수집해 온 소장품 19점과 재단 설립의 모태가 되는 워커힐미술관 소장품 7점 그리고 전시를 위해 특별히 제작된 키네틱 조각 작품 1점을 엄선하여 함께 선보인다. 우란문화재단은 그동안 전통공예의 미감과 장인의 작업 과정 속 매번 다른 주제를 찾아 오늘날 공예가 지닌 가치와 함의를 전시로 선보여왔다. 그 주제는 한국의 의, 식, 주 문화를 시작으로 점차 세부적인 주제로 확장해 나가고 있으며, 올해는 특히 “우란문화재단 10주년”을 의제로 하여 ‘장소’, ‘시간’, ‘연결’로 풀어낸 4개의 기획전시를 개최해 오고 있다. 이를 통해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재단 설립의 뿌리가 되었던 워커힐미술관에서 시작하여 지금 우란문화재단에 이르기까지의 시간을 자연스럽게 소개하고자 한다. 1984년 개관한 워커힐미술관(1984-1998)은 국내에서 아직 현대미술의 대중적인 활동이 활발하지 않던 시기에 해외 작가 및 작품의 국내 소개, 신진 작가의 등용문 역할을 했던 선구자 와도 같은 미술관이었다. 또한, 당시 일반적인 미술관에서 수용하기 어려운 공예, 디자인 등 소외된 장르와 공연까지 과감히 수용함으로써 미술인은 물론 일반인들에게 새로운 예술의 영역을 소개하는 역할도 하였다. 이러한 고른 미술 생태계를 만들고자 했던 워커힐미술관의 행보는 우란문화재단으로 이어져 오고 있다. 이번 전시를 위해 우란문화재단은 공예품부터 고미술품, 해외 현대미술 작가의 회화, 조각 작품까지 그동안 여러 가지 경로로 수집해 온 소장품을 일부 공개하며 기관의 정체성과 방향성을 안내한다. 다양한 작가 군으로 소개되는 워커힐미술관 소장품 역시 그때 당시 어떠한 흐름에도 치중되지 않은 편견 없는 수집 방향성을 보여준다. 동시대 미술을 넓은 안목으로 바라보고 당대의 가장 중요하고 실험적 비전을 지닌 미술가들을 찾아 핵심적인 작품들을 소장하면서 한국 문화예술의 발전을 견인하고자 노력했던 결실을 볼 수 있다. 특히, 지금 보아도 아름다운 당시 워커힐미술관 포스터를 연도별로 재구성한 벽화 작품은 시대를 앞서간 예술적 감각과 자부심을 이끌어 낸다. 과거와 현재의 시간 속에서 각기 달리 수집된 소장품이지만 수장고 바깥으로 나온 작품들은 마치 연결된 듯 서로 대화하며 공간을 자연스럽게 채운다. 전시 제목 ‘어제가 내일에게’는 과거, 현재, 미래로 이어지는 시간 속에서 지나온 것들이 서로 떨어져 있지 않고 이어지고 연결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한다. 수신자가 오늘이 아닌 내일 인 것은 과거에서 보내온 메세지가 오늘에 닿아 있고, 결국 앞으로 우리의 미래까지 뻗어나가면 좋겠다는 마음을 담아 편지에 띄워 보내는 의미가 있다. 워커힐미술관의 시간은 1998년에 멈췄지만, 우란문화재단의 시간을 만나 다시 흐르게 된 것처럼 앞으로 재단의 시간도 개관 20주년, 30주년까지 이어질 수 있길 기대한다. 전시 공간으로 활용된 우란문화재단 건물 1층 로비는 본래 외부에서 내부로 들어오는 통로이자 건물을 찾아온 모든 이들이 이용할 수 있는 응접실로 이용되는 곳이다. 전시기간 이 공간은 ‘이동’과 ‘감상’의 공간으로 탈바꿈한다. 1층에서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위에 전시 좌대를 녹아들듯이 연출하여, 익숙하면서도 색다른 연출을 시도하였다. 기억의 저장소로서 켜켜이 쌓인 책의 형태를 띤 전시 공간 속에 과거와 오늘의 시간이 담긴 작품이 어우러져 있다. 전시장이 아닌 일상적 공간에서 만나게 되는 작품은 매우 특별하게 다가올 것이다. 두 기관의 의미 있는 활동을 되돌아보며, 어제와 내일의 대화를 상상해 보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