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란전시

안식의 결 Texture of Rest
포스터 설명

안식의 결 Texture of Rest

기간 2026년 7월 24일 - 2026년 10월 2일
시간 월-토 11:00 - 19:00 (일요일 및 공휴일 휴관)
장소 우란1경, 우란2경 및 로비
문의 070-7606-5569

본 전시는 무료로 관람 가능합니다.

전시해설(도슨트 투어)은 운영하지 않으며, 전시장 내 설명글을 통해 전시 내용을 자세히 만나보세요.

소개

외부 세계가 요구하는 끝없는 증명의 속도와, 나만 제자리에 멈추어 소외될지도 모른다는 소리 없는 공포는 오늘날 우리를 한 치의 틈도 없이 팽팽하게 당겨진 날실로 만듭니다. 타인의 화려한 궤적에 나의 박자를 맞추려 애쓰는 사이, 삶의 가장 가까운 관계 속에서조차 풀지 못한 매듭과 염려가 소리 없이 쌓여갑니다. 기대에 미치지 못한 날들이 남긴 실망은 우리를 내면의 어두운 심연으로 밀어 넣고, 스스로 마주한 한계와 단절의 절망은 비통한 외로움이 되어 무의식의 수면 아래 고입니다. 이토록 소란한 외부의 요구와 내면의 통증들은, 우리를 가장 깊은 휴식, 안식으로부터 자꾸만 멀어지게 합니다.

 

전시 《안식의 결》은 그 헝클어진 마음의 실타래를 가만히 내려놓는 자리입니다. "인간의 영혼은 고통을 직시하고 포용할 때 비로소 온전해진다"는 칼 융(Carl G. Jung)의 분석심리학을 바탕으로 기획된 이 전시는 의식의 세계를 지나 깊은 무의식의 숲으로 진입하는 경계이자 환대의 입구인 유정혜의 작업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우리는 현실의 소음을 지워내는 인트로 공간을 통과하며, 마침내 도달할 안식을 향해 첫발을 내딛게 됩니다. 이 환대의 입구는 반대편 입구에서 마주하는 차순실의 작품과 함께 한층 깊게 확장됩니다. 촘촘한 평직의 날실과 씨실 위로 번져나간 커피 얼룩은 계산되지 않은 존재의 흔적이자, 오랜 시간 억압받던 자아를 해방시키는 통로가 됩니다.

 

본격적인 심연의 방으로 들어서면 송번수, 리치 앤 페터 자코비, 막달레나 아바카노비치가 세워 올린 육중하고 완강한 섬유 장벽을 마주하며, 우리가 통과해야 할 실존적 고통의 무게를 온몸으로 체감하게 됩니다. 이 거대한 장벽을 마주한 뒤, 우리는 김희라와 이현화의 작업을 통해 마음에 갇혀버린 말들과 내면의 통증을 날것 그대로 직시하게 됩니다. 여기 모인 섬유 작가들에게 재료를 고르고 바느질하며 직물을 엮는 행위는, 내면의 소란을 한 올 한 올 골라내어 새로운 질서를 부여하는 고요한 수행입니다. 그 손끝에서 내면의 상흔과 거친 흉터들은 비로소 포용의 질감으로 치환되고, 끊어지고 파편화되었던 마음의 조각들은 견고한 안식의 형태로 재구성됩니다.

이 치열한 진통의 터널은 인영혜와 수이 박의 작업을 거치며 유연한 흐름으로 전환되고, 이내 로비 길목을 가득 채운 김희라의 은은한 주황빛 통로를 지나며 모든 방어기제를 내려놓는 온전한 정서적 이완 상태에 접어들게 됩니다. 전시장 전체에 흐르는 거칠고도 부드러운 궤적을 따라 걷다 보면, 우리를 옥죄던 걱정들이 어떻게 유연한 물결로 흐르는지, 단절의 절망이 작가의 손끝에서 얼마나 견고한 위로로 재구조화되는지를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여정의 끝자락에서 송해원, 정소윤, 이현화, 김희라는 비워진 틈새와 투명한 실의 궤적을 통해 결핍마저 삶의 일부로 유연하게 수용하는 법을 건넵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고소미가소미사로 지어 올린, 배냇저고리에서 수의에 이르는 생의 순환을 통해 삶의 유한함마저 담담히 품어 안는 지극한 안식을 완성합니다. “고통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다듬어질 때 비로소 나를 지탱하는 나만의 결이 된다는 조용한 확신. 전시장 안에서 마주한 결들이, 우리의 삶이라는 직물을 따스하게 감싸 안는 가장 따뜻하고 단단한 외복(外服)이 되기를 바랍니다.

참여자 탭

기획 김민정

진행 류다윤, 배소현

참여작가 고소미, 김희라, 리치 & 페터 자코비, 막달레나 아바카노비치, 송번수, 송해원, 수이 박, 유정혜, 이현화, 인영혜, 정소윤, 차순실

공간 디자인 힐긋

그래픽 디자인 유승우

홍보 정유빈